본문 바로가기

with Text

사진찍는 사람과 모델


Taking pictures!
사진을 찍는 것은 굉장히 멋있는 취미다... 라고 생각한 것이 중학교 때였다. 중학교때 사진반에 들어가 ca활동을 한 것도 이 생각의 일환이었고, 어린나이에 스스로 찍은 동생과 나의 눈밭 풍경 사진이 있다는 것도 나름 뿌듯한 일이다. 특히 그때도 나는 훌쩍 뛰어서 공중에 뜬 것 같이 보이는 사진을 좋아해서 동생을 큰 돌 위에 올라서서 몇 번이나 뛰어 내리게 했는지 모른다.

나의 so special한 H군과 만난 중국여행에서 나는 그다지 사진에 연연하지 않고 여행을 다녔다. 눈에 남기고 싶은 마음과 마음에 남기고 싶은 마음 중 후자쪽이 감기에 걸려 골골거리던 내 뜻에 좀 더 부합하기도 했고, 사진기도 구렸던 까닭이다. 그 때 H군은 중국 베이징의 유명한 상점가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봉황이라는 메이커의 RF카메라를 구매했다. H군은 당시 필름을 끼는 방법도 모르는 생 초짜였고, 나는 물론 마지막으로 찍은 것이 몇년 전인지 기억도 안나는 나의 카메라 만지는 실력으로 아주 잘난체를 하며 가르쳐 준 기억이 난다. 뭐, 나중에 보니 필름이 걸리지 않아 헛방만 치고 다닌 H군에게 미안한 감은 들지만. 그때까지 나에게 사진찍는 일은 그만큼 난체하는 취미였다.

그 이후 여차저차해서 H군은 사진에 푹 빠지게 되었고, 여차저차해서 그런 H군과 함께 8년을 지내온 나는 찍는 것보다는 찍히는 반열에 서게 되었다. 아시다시피 나는 아름다운 s라인도, 화려한 얼굴도 아니기에 늘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으로 찍혔지만, 찍는 사람 H는 이런 모델이라도 상관없는지 늘 좋다고 포즈를 요구한다.

어린 동생에게 포즈를 요구하면서, 때론 내가 사진에 찍히면서도 어릴 때는 꾸민 얼굴로 인해 내 자신이 피곤해진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... 다 커서 사진에 찍히려니 모든 것이 작위적이다. 허리를 살짝 돌려야 좀 얇게 나오고, 얼굴은 살짝 기울이고, 다리도 살짝 꼬고, 이럴 때는 무슨 색 가방을 메고, 어디를 바라보고. 물론 어릴 때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사진을 찍은 듯 하긴 한데, 지금처럼 사진찍고 피곤한 적은 없었다. 아마도 그 때도 이쁘게 나와야지, 하는 마음은 같았지만, 지금처럼 사진 결과물에 신경도 쓰이고, 찍는 사람한테도 괜찮게 보여야 하고, 나 자신에게도 엄격하게 마음에 들고자 하기때문인 듯.

요새는 H군은 중형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. 나는 H군의 열렬한 사진 활동에 반항적으로 사진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다가(즉 모델만 하다) 보드게임에 푹 빠져 잠시 외도를 하는 H군 덕으로 사진이 찍고 싶어지는 경험을 오랜만에 하게 되었다. 나란 인간이란 남이 열심히 하면 슬쩍 빠지고 싶어하는 Outsider 경향이 너무 많다. 쯧. 아무튼 잘 알지도 못하는 일안반사식 Minolta X-700 카메라를 빌린다는 말로 꿀꺽하고 쓰고 있다.

흐.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. 그래서 그런지 구도잡는 것이나, 일정한 패턴등을 구상할 때 남보다 조금 유리한 경험이 많은데, 사진 찍은 결과물을 보면서 역시나 했다. 낄낄.

모델도 좋고, 찍는 것도 좋다.
어쨋거나 요새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.

'with Text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Camp Swing It, 2011.  (0) 2011.03.30
Review | Dexter  (0) 2009.10.30
할라피뇨 jalapeño  (0) 2009.10.28
새로운 언어를 배울때는 늘 마음가짐이 훌륭하다  (0) 2009.10.18
목표 없는 인간  (2) 2009.10.11